인권/복지
2012.12.03 12:27

광화문에 꽃 백 송이가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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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100일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100인의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입니다.

광화문광장에 꽃 백 송이가 피었습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이 시작된 지 백 일째가 되는 날(11월 28일)이었습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인 백여 명의 사람들은 꽃 한 송이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하라’, ‘24시간 활동보조 보장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광장을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백여 명의 사람들이 광장 바깥쪽 차도를 바라보며 1인 시위를 했습니다. 광화문 농성 100일차 100인의 1인 시위 제목은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였습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늦여름이었던 지난 8월 21일 경찰과 열 시간이 넘은 대치 끝에 광화문역에 농성장을 꾸렸습니다. 계절은 어느덧 가을을 지나 초겨울에 들어섰습니다. 그 백일 동안 서울에서만 2만2천여 명이 넘은 시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며 서명했습니다.

그러나 그 백일 동안 가슴에 사무치는 일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농성 67일째 되는 날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집에 혼자 있던 고 김주영 활동가가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세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뒤이어 뇌병변장애가 있는 남동생을 돌보던 고 박지우 양이 역시 화재로 연기에 질식해 중태에 빠졌다가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최근에는 외할아버지가 뇌병변장애가 있는 손주와 함께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고, 15만 원의 전기료를 내지 못해 촛불을 켜고 생활하던 할머니와 손자가 화재로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100인의 1인 시위,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쟁취해서 이들의 영정에 바치겠다는 다짐의 자리였습니다. 또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를 폐지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결의의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유력 대선후보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당선되면 국민명령 1호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부양의무제에 대해서는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장애등급제는 법령 재정비를 하는 수준에서, 부양의무제는 사위와 며느리를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뿐입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장애가 있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옥죄는 장벽입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장애 유형과 상태를, 획일적인 등급으로 재단해 활동지원과 장애인연금 등 복지정책 전반을 예산에 끼워 맞추고 있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잇따른 죽음에도 유력 대선후보들은 장벽을 조금 낮추는 정도에서 손질하겠다고 합니다.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수조 원에 이르는 큰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죽어야 사람의 가치가 돈보다 무거워질 수 있을까요? 과연 그 장벽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2003년 세계장애인의 날에 중증장애인활동가 10여 명이 용산 육교 아래 8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참세상

때마침 오는 12월 3일은 유엔(UN)이 지정한 국제기념일의 하나인 세계장애인의 날입니다. 세계장애인의 날은 1992년 선포해 올해가 20주년입니다.

세계장애인의 날의 유래를 살펴보면 유엔은 1975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입각한 장애인 권리선언을 선포하고 이듬해인 1976년에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로 정합니다.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내건 1981년 세계장애인의 해는 특히 당시 개발도상국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어 유엔은 1983~1992년을 세계장애인의 10년으로 선포합니다. 이에 앞서 유엔은 1982년 12월 3일 총회에서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을 채택했습니다. 이날을 기려 세계장애인의 10년 마지막 해인 1992년 12월 3일을 세계장애인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이런 국제적인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줘 1981년 세계장애인의 해를 맞아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은 민간단체에서 기념해오던 4월 20일 ‘재활의 날’을 ‘심신장애자의 날’로 바꾸고 첫 기념행사를 치렀습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장애인의 날’은 유엔이 선포한 장애인 권리선언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장애를 개인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고 시혜와 동정의 관점을 고착화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2000년대에 들어 진보 장애인단체들을 중심으로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바꾸자는 기치 아래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꾸리고 매년 장애인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쟁은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에도 해마다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3년 세계장애인의 날에는 중증장애인활동가 십여 명이 이동권 보장, 최저생계 보장, 사회보장예산 확충 등을 요구하며 서울역 부근 용산 육교와 그 아래 8차선 도로를 점거하는 기습시위를 벌였습니다.

2010년 세계장애인의 날에는 중증장애인활동가 150여 명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해 업무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과연 올해 세계장애인의 날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난 28일 꽃 백 송이가 피었던 광화문광장, 바로 그곳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가 출범한다고 합니다.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수많은 선언,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 그 선언들을 실현시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사무치도록 절박한 사람들의 몫으로 남습니다. 그 사무치는 마음이 꽃으로 피어나고 열매로 맺기 위해 오늘도 광화문 농성장의 외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0년 세계장애인의 날에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등을 촉구하며 중증장애인활동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1박2일간 점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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