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5. 04. 20시 00분 입력 - 홍권호 기자 | ![]() ![]() |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표가 ‘제2의 장애등급심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박은수, 윤석용 의원 공동주최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표, 이용자 욕구 충족가능한가?’ 토론회가 4일 늦은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1년 3월까지 7개월간 전국 7개 시군구에서 시행한 2차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시범사업에서는 대상자 897명에게 새 인정조사표를 적용했다. 그 결과 36.2%(325명)가 기존 등급보다 하향되었으며, 특히 시각장애인은 하향 비율이 77.8%에 이르렀다.
현행 활동보조서비스 인정조사표는 △일상생활수행능력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 △추가항목 등 3개 영역 20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2차 시범사업 인정조사표는 △일상생활수행능력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 △인지기능 △행동변화 △간호처치 △재활욕구 △추가항목 등 7개 영역 65개 항목으로 평가영역과 항목을 확대했다. 이는 노인장기요양제도의 평가판정도구를 바탕에 두고,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 관련 영역을 30% 비중으로 추가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양희택 교수는 “장애인의 활동보조 또는 지원에 대한 제도임에도 2차 시범사업의 인정조사표 내용은 활동보조와 지원이 아닌 요양과 보호에 치우쳐 있고 각 장애유형의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장애등급 판정기준과의 중복성 여부, 장애 세부 영역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점, 세부 영역별 점수 배점의 타당성 여부, 조사인력의 적절성 등 세부적인 논의점들이 있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제도 명칭에 타당한 제도 내용 및 인정조사표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2차 시범사업 인정조사표는 장애인을 노인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돌봄서비스로 전락시키고, 모든 검수항목에서 골고루 점수가 나오지 않고 특정항목에서만 도움이 필요하면 전혀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특정 감각장애인에게는 아주 불리하다”라면서 “노인의 발을 닦던 제도로 가지고 와서는 장애인의 얼굴을 닦으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라고 성토했다.
서 사무총장은 “모든 영역에서 점수가 높을 때만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지 의문”이라면서 “‘목욕에 있어 도움이 필요한가’, ‘방문간호가 필요한가’ 등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문항으로 설정해 서비스 자격을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조성재 교수는 “이대로라면 시각장애인은 활동지원을 거의 받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인정조사표가 가능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면서 “따라서 대상자 선별과 인정시간 산정에 있어 장애영역별 인정조사표를 따로 만들거나, 인정조사표의 전체적인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장애영역별로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평가영역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정책위원장은 “현행 인정조사표의 근본적인 한계는 결국 예산배분표라는 것이며 여전히 대상제한, 시간제한, 자부담 인상 등 제도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인정조사표를 보면 세수하기 항목에서 ‘평소 물로 세수하지 않는 습관이 있어 물수건을 스스로 준비해 사용한다’를 완전자립으로 구분해 점수를 주지 않는데, 그동안 활동보조를 받지 못해 물 대신 물수건으로 세수해야만 했던 장애인에게 '너는 물수건으로 세수할 수 있으니 서비스가 필요 없다'라는 식으로 판정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인정조사표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참고자료일 뿐, 유일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최고 시간을 상정해놓고 감산하는 부정적 평가방식이 아니라, 활동지원제도의 취지에 맞게 긍정적 평가방식으로 바꾸고 인정조사표는 참고자료로 하여 면접이나 청문, 동료상담 등의 다양한 인정조사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지원TF 김일열 팀장은 “‘장애인만을 위한 판정도구가 있을 수 있느냐?’, ‘상대적으로 경증인 분들이 서비스대상자가 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느냐?’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5월 중 장애인활동지원추진단에서 방안을 결정하고 6월 중 고시를 할 예정인데, 시각장애인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인천에 있는 자립생활센터에서 소장을 맡고 있다고 밝힌 한 참가자는 “나이가 들어 장애가 있는 것과 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생애 주기가 다르다”라면서 “따라서 사회활동시기를 살아야 하는 장애인과 사회활동시기를 마친 노인에 대한 인정조사는 당연히 달라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