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1.08.22 13:50

내가 투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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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한 뒤, 노들장애인야학에 다니며 새 삶을 일궈가고 있는 김탄진 씨.
나는 9살까지는 집에 있었다. 어느 날 부모님이 극장에 가자고 했다. 부모님께서는 나를 보고 영화 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엄마는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는 돌아오지 않으셨다. 나는 할 수 없이 시설에 갈 수밖에 없었다. 시설에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살 수가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어려서 원장님이 하는 말을 다 들었다.

 

어느 날 내가 24살 되던 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했다. 왜 내가 이런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지… 그래서 은평에 있는 시설에서 강원도 철원군 시설로 옮겼다. 그곳은 완전 지옥이었다. 원장님하고 많은 얘기를 했다. 자유를 달라고. 그러나 우리에게 온 것은 감시와 핍박뿐이었다. 우리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운동경기가 있다고 원장님께 말했다.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투쟁이 시작되었는데 그것이 투쟁이란 것을 몰랐다. 그래서 철원시설을 나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문득 옛날에 알던 집사님이 생각나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한 달 만에 거기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남양주에 있는 시설로 옮겼다. 그곳에는 마음에 드는 게 한 가지 있었는데 검정고시를 볼 수 있다는 것. 검정고시를 보면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원장님에게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물어보니까,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결혼하면 안 된다고 말을 했단다. 이해가 안 갔다.

 

그때부터 원장님과 싸움을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나는 여러 가지로 여기서 나갈 방법을 생각했다. 그때 좋은 생각이 났다. 철원에 있을 때 보치아를 같이 하던 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여기서 나가게 해달라고…

 

한 일 년 동안 그 동생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도와준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나가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같이 생활하던 애들이 우리가 나간다는 얘기를 원장님한테 말했다. 그때부터 우리 둘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원장님한테 애경이와 같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원장님은 안 된다고 하면서 애경이 부모님께 말하겠다고 했다. 애경이 부모님도 못 나가게 했다. 애들도 아닌 성인인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애경이와 약속을 했다. 두 달 안에 애경이를 나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나 먼저 나왔다. 두 달 뒤 나는 애경이를 시설에서 나오게 해서 1년이 지난 뒤 애경이와 결혼식을 올리고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우리한테는 시설이란 곳이 감옥 같은 곳, 살아 있어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도 없고 돈도 만질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아주 창살 없는 감옥이다.

 

이런 시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같은 장애인이 시설에 안 갈 수 있는 좋은 나라에 살고 싶다. 내가 투쟁을 해서 좀 더 좋은 나라,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장애인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는 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고 싸울 것이다.



김탄진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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