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누리집 62%가 개인정보 여과없이 공개…15%는 혐오감 수준
이음, "장애인을 물적,인적 후원 확보의 방법으로 이용" 질타
- 탈시설네트워크 이음이 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누리집 사진. 한 장애인이 반라의 모습으로 엉덩이를 드러낸 채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 충격적이다. 또한, 이음은 시설이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전액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방비가 모자르니 후원을 바란다'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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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네트워크 이음은 20일 늦은 2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생활시설이 누리집을 통해 장애인을 물적,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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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아니다'라는 알림판을 들고 있는 참가자.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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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장애인생활시설 장애인의 사진이 개인정보와 함께 공개된 한 시설 누리집의 모습. 참가자들은 "마치 범죄를 저지른 현상수배자 사진을 연상시킨다"라면서 "장애인이 죄인이냐?"라고 성토했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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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후, 명동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이 시민들의 의견을 묻기 앞서 시설 누리집을 풍자하는 분장을 한 모습.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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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명동 거리에서 시설 누리집의 실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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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가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라는 알림판을 들고 있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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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시설 누리집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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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참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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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시민들이 시설 누리집이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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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참가자들은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로 이동해 시설 누리집의 실태를 알리는 유인물을 나눠줬다. ⓒ비마이너
지난해 12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당사자 모임인 탈시설네트워크 이음(이하 이음)의 한 활동가는 모 장애인인터넷신문에서 ‘난방비가 모자라니 후원을 바란다’라는 배너를 발견, 시설 누리집에 접속했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장애인이 엉덩이를 드러낸 채 치료를 받고 있는 사진이 게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음은 장애인생활시설 누리집 조사에 나섰고, 20일 늦은 2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332개소의 장애인생활시설 누리집 중 혐오감을 일으킬 정도의 과도한 신체노출, 얼굴 및 개인신상정보(이름, 나이, 장애등급, 성격 등)을 공개한 누리집이 49곳으로 14.76%에 이르렀다. 온라인 사진첩 등을 통해 거주인의 얼굴 및 신체를 포함, 일상생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공개한 누리집은 205곳으로 61.75%에 달했다.
또한 ‘보호’, ‘도와주세요’, ‘가족’, ‘갈 곳 없는’ 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성인을 아동처럼 표현하는 등 “여전히 시설은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관점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이음은 지적했다.
이음 신인기 대표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만약 홈페이지의 운영이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면 당사자는 그 운영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며, 사진 등의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만약 시설의 홈페이지 운영에 이러한 과정이 존중되었더라면, 반라의 엉덩이나 방호수별로 똑같이 삭발되어 나이 칠십 세에 천사로 칭해진 문구, 배변훈련을 하는 따위의 사진이 버젓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시설은 온라인에서도 장애인을 물적, 인적 후원 확보의 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음 황인준 활동가는 “어떤 시설 홈페이지에서는 거주인의 이름, 나이, 장애등급, 성격 등을 자세히 공개해놓았는데 이는 동물원에 가면 볼 수 있는 팻말과 다를 바가 없다”라면서 “이것은 장애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더 어이가 없는 것은 특징에 ‘천사’라고 써놓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생활시설에서 거주한 적은 없지만 이용시설에서 '민주화'를 외쳤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 제공을 중단당하고 전동휠체어를 반납하라는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라고 밝히고 “생활시설이든 이용시설이든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 되고 있어 ‘우리를 더 이상 죽이지 말라’라고 외쳐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음은 시설 누리집에서 장애인의 개인신상을 공개하는 것과 장애인의 이미지를 후원금을 모으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음은 누리집 인권 실태 조사를 계속 진행해 하반기에 다시 결과를 발표하고 인권위에도 진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명동으로 이동, 시민들에게 시설 누리집의 실태를 알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행사를 한 시간가량 진행했다. 시민들은 ‘당신이라면 그러기를 바라겠습니까?’, ‘누구나 사생활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와 같은 의견을 남기며, 대부분 시설 누리집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출처 : 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