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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등장으로 규율화된 노동환경이 장애인을 배제,분리시켜

박현진 기자 / luddite420@gmail.com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경계
광화문 광장으로의 진입을 막는 경찰의 벽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나눠진 모습 ⓒ비마이너

지난 4월 2일 기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 있었다. 건널목 너머 광화문 광장 안에서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권리보장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중증장애인들은 광화문 광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방패를 든 경찰들이 막았다. 왜 들어가서는 안 되는지 경찰한테 어떠한 이유도 듣지 못했다. 경찰 주위를 돌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무전기로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반 시민들 통행 불편하지 않게 횡단보도 앞은 길을 터주고…”

‘일반 시민들’이라… ‘장애인’은 ‘일반 시민’에 속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집회하는 사람은 ‘일반 시민’에 속하지 않는 것인가. 그냥 얌전히 정부가 하는 말 그대로 믿으며 가만히 엎드려 살아가야만 ‘일반 시민’으로 인정해주는 것인가. 광화문 광장으로 가지 못한 중증장애인들은 길이 막힌 그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다양한 상념이 떠올랐다.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경찰들이 만든 벽을 중심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확연히 갈라져 있었다.

이런 상황은 4월 20일에도 반복됐다. 이날도 광화문 광장에서 '장애인 활동보조 살리기 신문고를 울려라' 퍼포먼스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애인은 광장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했다. 역시 경찰이 막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는 장애인들의 항의에 한 여경은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위에서 막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테니 지금은 비켜요”라고 장애인들은 소리쳤지만, 경찰은 꿈적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찰이 얘기한 ‘위험하다’의 대상은 대체 무엇일까? 광장이 위험하다? 아니면 장애인이 위험하다? 어감상으로는 ‘광장에 들어가는 게 위험하니 경찰인 우리가 보호해주겠다’라는 뜻으로 들리는데, 오세훈 시장이 야심차게 만든 광화문 광장이 위험하다는 건가? 장애인에게만 위험한 광화문 광장이라…

420결의대회때 광화문 진입을 막는 경찰
지난 4월 20일 장애인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장애인신문고를 울려라'행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광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비마이너
다른 한 장애인에게는 경찰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광장에 한 명이 들어가면 괜찮지만 여러 명이 들어가면 불법이기 때문에 안 된다.” 집회가 아닌데 왜 여러 명이 들어가면 불법이지? 그렇다면 광화문 광장에는 어떤 시민도 항상 한 명씩 들어가야 한다는 얘긴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경찰의 논리였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장애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그동안 했었다. 오늘은 사회적 장애이론을 좀 더 들여다보면서, 앞서 든 예에서 알 수 있듯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분리의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본주의의 등장, 장애인을 배제시키다.

먼저 사적 유물론에서 얘기하는 생산양식의 변화가 어떻게 장애인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자. 앞선 회에서도 얘기했듯이 사회적 장애이론의 틀을 제시한 영국의 장애학자 마이클올리버는 「장애의 정치」에서 핀켈스타인(Finkelstein)의 3단계설을 소개했다.

핀켈스타인은 마르크스의 사적유물론 틀을 가져와 3단계설을 제시한다. 1단계는 산업혁명 이전의 봉건사회, 2단계는 노동의 초점이 가정에서 공장으로 이동하는 산업화 과정 즉, 자본주의 사회이다. 3단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통합되는 사회다.

그는 비록 2단계와 3단계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3단계가 사적유물론이 예언한 사회주의 이행 초기를 가리키는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이 3단계설에 따라 장애인의 배제를 설명하겠다. 3단계설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등장과 장애인의 배제는 관련이 크다.

봉건시대로 가보자. 당시에는 땅을 가진 영주와 그 땅을 소작하는 농노가 있었다. 농노는 부역, 특산물, 화폐 등을 영주에게 바쳤다. 그런데 봉건제가 붕괴하면서 이러한 농노들이 농촌에서 쫓겨나 무일푼의 '자유로운 노동자'가 되었다.

농노들은 어떻게 쫓겨났을까? 장원은 영주의 땅과 농노의 점유지, 공동지로 구분된다. 공동지는 주로 가축을 방목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영주들은 누구나 와서 농사를 지을 수 있던 개방경지에 울타리를 치고, 모직물 공업의 원료생산을 위한 목장이나 자본주의적 대농장으로 전환했다. 즉, 국유지의 사기적 양도, 공유지의 횡령 등에 의해 농노들은 토지로부터 쫓겨난 것이다. 영주는 이러한 토지수탈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기 시작한다.

생산수단인 토지로부터 쫓겨나 무산자로 전락한 농노 중 일부는 근대적 노동자가 되어 공장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많은 수가 소위 ‘부랑자’가 된다. 왜일까? 농업사회의 생활양식과 노동규율이 몸에 깊게 각인되어 있었던 사람들에게 공장이라는 새로운 근대적 공간과 이 속에서의 노동은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봉건사회의 농업노동과 가내수공업은 자본주의의 노동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노동을 하는 주체 나름의 작업방식과 속도, 노동시간이 유연하게 보장되었다. 또한 노동규율은 그러한 노동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며, 생산량은 그 결과로 사후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개인은 하나의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노동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수행했으므로, 노동의 과정에 자신의 통제권을 실현할 수 있었다.

즉, 농사를 짓다가 배고프면 새참 먹고 좀 쉬었다가 일할 수도 있고 가내수공업에서 물건을 만들다가 몸이 아프면 오늘 만들 일을 내일로 미룰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노동 형태에서 손상된 육체를 지닌 사람들, 즉 사지의 일부가 불완전하거나 청력 또는 시력을 잃은 사람들, 지적으로 차이가 난다고 보였던 사람들 역시 ‘가족공동체’ 또는 ‘장원공동체’라는 집단적 노동력의 일부로 통합되어 나름의 속도와 방식으로 농업과 가내공업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모던타임즈
현대인의 기계화된 노동환경을 풍자한 영화 모던타임즈 ⓒ채플린 프로덕션

토플리스(Topliss)라는 학자는 1979년‘장애인에 대한 복지의 제공’에서 농인과 맹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1890년대까지, 영국의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었으며 고용은 주로 공업분야에서 이루어졌다. 서서히 바뀌고 있는 농촌공동체에 느리게 변화하는 산재된 농촌공동체에서 성장해 온 맹인과 농인들은 특별한 준비 없이 농촌사회의 노동과 생활에 쉽게 흡수되었다. 농 어린이들은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어깨너머로 배워서 혼자 농사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듣지 못한다는 것이 고용능력을 심각하게 제약하지는 않았다.

(중략) 농인은 다른 모든 아동들도 얼마간의 형식적인 가르침을 수반한 관찰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농업적 직무들을 혼자서 수행하는 시기 동안에는 그다지 직업의 폭을 제한받지 않았다. 시각장애도 혼잡하지 않고 익숙한 농촌의 환경들 내에서는 덜 위험했으며, 반복적인 촉각의 기능과 관련된 일상의 직무들은 특별한 훈련 없이도 학습하고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환경은 매우 다른 것이었다.


거리로 쫓겨난 무산자들, 일할 수 있는 몸과 일할 수 없는 몸 분리

토플리스의 서술처럼 근대적 노동환경은 전혀 달랐다. 직장인들은 현재 환경을 생각하면 된다. 자기 맘대로 노동의 과정을 조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얼마 전 한겨레 21에 노동OTL 기사가 실렸다. 공장·식당·대형상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체험해보고 쓴 기사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인간이 아니라 기계처럼 일해야 한다. 생산과정에서 사람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되며,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한다. 기계의 속도에 사람이 작업속도를 맞춰야 하고 일의 시작과 끝이 강제적으로 정해지며, 이러한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 고용주가 정해놓은 노동규율을 따라야한다. 생산량은 사후의 결과가 아니라 목표치로 사전에 정해지게 된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래서 모리스(Morris)는 “19세기 노동시장의 작동은 모든 유형의 장애인을 효과적으로 시장의 밑바닥으로 처박아 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근대 이후의 새로운 노동방식은 이전의 느리고 자율적이며 유연한 직무패턴을 전면적으로 깨뜨리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의 형태를 몸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공장노동에 진입하지 못하고 부랑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구빈원(말 그대로 가난을 구한다는 곳)을 만들어 그들과 같은 사람들을 수용한다.

정신시설과 구빈원
장애인들은 '일할 수 없는 몸'으로 분리되어 시설로 수용된다. ⓒ국가인권위원회
그러나 곧 국가는 구빈원의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훈육하고 관리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에 따라 그들을 분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 적응할 수 있지만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과 분리시키는 것이다.

영국은 1834년 개정 구빈법을 발표하고 아동, 병자, 광인, 심신에 결함이 있는 자, 노약자를 특별히 중요한 다섯 개의 범주로 설정한다.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노동할 수 있는 자로 간주한 것이다. 즉, 일을 할 수 있는 몸(the able bodied)을 선별하기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몸(the disabled bodied)을 명확히 규정하고자 했고 이로부터 오늘날과 같은 ‘장애’(disability)라는 개념이 형성됐다. 그리고 일을 할 수 없다고 규정된 사람들은 ‘장애인’이란 이름으로 더 특화된 수용시설, 격리지구, 특수학교 등으로 밀어 넣는 것이 정당화됐던 것이다.

이 부분을 장애해방학교에서 공부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근대와 근대이전에서 장애인의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었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농촌사회라도 장애인의 느린 속도를 과연 순순히 수용했을까. 그러다 얼마 전 MBC에서 방영한 ‘아마존의 눈물’을 보고 기자의 의문은 어느 정도 풀렸다. 힘이 약한 노약자뿐 아니라 단순히 사냥을 잘 못해 나서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누군가 사냥해 온 짐승들을 다 같이 나눠 먹었다. 대신 사냥을 못하는 사람들은 아이를 돌보거나 다른 생활물품들을 만들어냈다. 노동을 자신에게 맞게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고 생산을 다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살아있었다.

그러나 올리버는 이러한 3단계설의 한계 또한 지적한다. 그는 이 모형이 사적유물론처럼 2단계,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긴 일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자본주의 등장 이전에 일어난 일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즉 1단계에서 이상적 공동체 같은 것이 존재했고, 다른 소수집단에 비해 장애인이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넌지시 말한다.

그러다가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사회적 관계가 전반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았고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과 위치가 많이 사라졌다고 본다. 올리버는 물론 자본주의의 등장이 여러 곳에서 장애인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장애경험의 질에 나쁜 영향을 주었는지, 좋은 영향을 주었는지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역사는 장애 경험에 대해 침묵하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서는 생산양식의 변화가 아닌 사고양식의 변화로 장애인의 삶이 달라졌다는 콩트의 주장을 살펴보고 장애이론 내의 비판과 논쟁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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