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정도로 단순 판단보다는 다양한 영역의 개별평가 필요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한 생명보험사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처음으로 적용해 생명보험사에 피해자가 원하면 대출심사 절차를 다시 밟도록 할 것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관리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유사한 차별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회사에 대한 지도 · 감독을 철저히 할 것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 ▲지난 22일 열린 '정신장애인보험차별 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 장애인 보험차별문제는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
남아무개(51 · 지적장애 3급) 씨는 지난 2월 대출을 받기 위해 한 생명보험사를 찾았다. 남 씨는 자신 명의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2008년 9월부터 현재의 직장을 다니고 있는 등 아무 문제없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출 서류를 검토한 생명보험사는 대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남 씨에게 주택을 담보로 1,5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남 씨가 지적장애 3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생명보험사는 돌연 대출이 안 된다며 취소했다. 남 씨는 결국 지난 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생명보험사는 “남 씨가 지적장애 3급으로 의사능력의 유무가 불투명해 대출 취급 시 추후 분쟁의 가능성이 상존해 대출이 불가한 것으로 결정한 것이지,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거절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생명보험사가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을 문제 삼아 추후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어떠한 확인 과정없이 대출을 거부한 것은 절차상으로 하자가 있을 뿐 아니라, 결국 지적장애인임을 이유로 대출을 거부한 것으로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관련 대출심사 규정은 '사실상으로도 완전한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을 의사능력의 유무로 판단하고 있어 그 기준과 범위가 매우 모호해 모든 지적장애인에 대해 대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또 의사능력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장애 정도가 아니라 지능지수와 소통능력, 사회적 연령, 작업영역에서의 능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개별평가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사건 진정과 같이 금전대출 등과 관련한 장애인 차별은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각 회사의 지침 등 내부규정 또는 관례에 따라 여전히 발생하고 있기에, 인권위는 앞으로도 이런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꾸준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