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된 지 6개월째를 맞아 이용인, 활동보조인, 전담인력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와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7일 늦은 2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반년…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주제로 내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그동안 전장연, 한자협,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보조인연대 등 4개 단체는 활동보조서비스 예산 확대 등 양적 문제를 놓고 함께 투쟁해왔다”라면서 “하지만 장애등급심사로 이용자의 증가세가 감소하고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지난해를 기점으로 질적 문제가 핵심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남 정책실장은 “따라서 앞으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개선은 질적인 측면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한자협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면서 “현재 자립생활센터를 활동지원서비스 중개기관과 동일하게 보고 과도하게 중개기관의 역할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남 정책실장은 “물론 중개기관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장애인들을 만나고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장점을 자립생활센터가 포기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따라서 일본처럼 중개기관을 자립생활센터의 부설기관으로 두거나, 활동지원서비스를 포함해 동료상담, 자립생활지원훈련, 주거지원을 통으로 묶어 이용자와 계약을 맺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립생활센터 고유의 사업을 강화하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여수센터) 박대희 소장은 “이용자의 경우에는 장애등급심사로 말미암아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을 거부하거나, 과도한 본인부담금 때문에 경제적 부담감을 느낀 기존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활동보조인들은 법정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남성 활동보조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박 소장은 “또한 복지관 등 일부 중개기관에서는 바우처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이용자에게 도시락 제공 등 선물 공세를 하거나, 그 중개기관에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복지관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라면서 “이는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타 통신사의 고객을 빼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싸우는 이동통신사들의 싸움과 비슷하다”라고 꼬집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현수 코디네이터는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는 전담관리인력(코디네이터)의 배치기준은 단순히 1명 이상으로 되어 있다”라면서 “활동지원기관이 사업을 수행할 때 직접운영비 지원 없이 사업 수수료로 많은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전담관리인력의 배치는 사업의 효과적인 수행에 맞춰지기보다 사업 수행을 통한 수수료의 범위 내에서 잔여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조 코디네이터는 “또한 전담관리인력은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고충상담,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간의 갈등조정과 같은 감정노동으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도 심각하다”라면서 “사실 전담관리인력의 문제는 활동지원제도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비하면 부차적이거나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이유 때문에 활동보조지원사업부터 현행 활동지원제도에 이르기까지 전담관리인력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활동보조인연대(준) 배정학 집행위원은 “현장에서 활동보조인의 가장 큰 불만은 활동지원서비스가 가사서비스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에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을 가진 파출부’라면 활동보조인은 ‘수료증을 가진 파출부’처럼 대우를 받는 사례가 많고, 그 결과 활동보조인은 이용자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라고 전했다.
배 집행위원은 “활동보조인은 이용자를 위해 단순히 가사서비스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용자의 자립생활을 위해 정신적 지지를 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어 한다”라면서 “하지만 활동보조인을 바우처 시간 안에 시키는 일만 하다가 가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활동보조인의 노동자성은 인정할지 몰라도 활동보조인을 전문화된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이 현재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갈등을 부추기는 문제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배 집행위원은 “전장연, 한자협, 활동보조인연대(준) 모두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공성을 바라보는 입장은 노동자가 더 절박하다”라면서 “앞으로 활동보조인연대(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부를 구성하고 전국조직화를 도모하는 단계로 나아갈 계획인데, 활동보조인이 자신의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가는 험난한 길에 이용자와 중개기관, 그리고 활동보조인이 함께 비를 맞으며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노란들판 노동자 김상희 씨는 “활동보조서비스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올해로 10년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해마다 바뀌는 제도 아래에서 여러 가지 혼란과 불안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받았다”라면서 “특히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면서 주말과 공휴일에는 4시간에 한해서 바우처에서 천 원의 수당을 활동보조인에게 주게 되어 있는데, 시간이 부족한 이용자에게는 타격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또한 활동보조인도 생각과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에 그 사람을 아예 무시하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며, 내 삶이 모두 돈으로 계산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라면서 “활동지원은 한 개인의 삶 속에서 함께 숨 쉬며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활동보조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당사자 역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인천에서 활동보조인을 하고 있다고 밝힌 김아무개 씨는 “활동보조인은 가사서비스, 신체활동서비스, 사회활동서비스 등 세 가지를 다 잘해야 하며 한 가지라도 잘 못하면 일을 잘하지 못하는 활동보조인이 된다”라면서 “따라서 일대일 서비스 제공 원칙에서 벗어나 이용자 한 사람에게 여러 활동보조인이 파견되는 분업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여수센터 박대희 소장은 “우리 센터에서는 이용인이 원하는 경우 두세 명의 활동보조인을 파견하고 있다”라면서 “일대일 원칙은 활동보조인이 여러 장애인을 보조하다 보면 집중하지 못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데, 월급제가 아닌 상황에서 활동보조인이 여러 장애인을 보조하는 것은 수입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일하는 활동보조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일부 장애인단체에서 활동지원서비스 급여를 장애인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현금급여 방식이 채택되면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을 몇 명을 쓰든 자기 마음이므로 일대일 원칙에 대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면서 “이 경우에는 활동보조인을 간병인처럼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로 두어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남 정책실장은 “현재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중개기관의 역할이 과도한 이유는 결국 다른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자립생활센터를 우산조직으로 두고 야학, 차별상담전화, 장애인권센터, 주거지원센터 등을 그 아래에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중개기관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많은 영역 중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