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축한 국회 제2의원회관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석 의원(통합진보당)은 27일 늦은 1시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등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신축 의원회관의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점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의원은 “신축 의원회관 주 출입구 방향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없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안정적 승하차가 불가능하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지하주차장에만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의원은 “실외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하고 의원회관 주 출입구에 장애인 정차 공간을 표시하여 비장애인 차량의 정차를 금지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표시선이 흰색으로 돼 있어 다른 주차구역과 구분이 잘되지 않는다. ⓒ박원석 의원실 |
또한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다른 주차구역 표시색과 같은 흰색으로 표시돼 있어 구분이 잘되지 않아 비장애인 차가 주차되는 위반 사례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라며 “이는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의 (중략) 주차구역선 또는 바닥면은 운전자가 식별하기 쉬운 색상으로 표시하여야 한다’라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편의증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표시색 변경과 정기적 단속이 필요하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개선을 촉구했다.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문제는 의원회관 내부 건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의원회관 주 출입구 중앙계단에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돼 있고 엘리베이터는 건물 양 끝에 설치돼 있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2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건물 양 끝으로 가야만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2층부터 6층까지만 설치돼 있는 중앙 엘리베이터는 장애인 이동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시설주는 장애인 등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가능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는 편의증진법 3조를 위반한 예”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뿐만 아니라 소회의실, 세미나실은 장애인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라며 “소회의실 안의 무대 단상은 장애인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만 이뤄져 있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단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소회의실 밖으로 나가 무대 옆 준비실을 통과해야만 들어올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박 의원은 “제1, 2 세미나실 입구도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 돼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설치돼 있지 않다”라며 “이는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의 0.3미터 전면에는 계단의 폭만큼 점형 블록을 설치하거나 시각장애인이 감지할 수 있도록 바닥재의 질감 등을 달리하여야 한다’는 편의증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의원은 “1층에 중앙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2층 세미나실 입구 계단에 경사로와 시각장애인용 점형 블록을 설치”해야 하며, “소회의실 무대 단상에 진입로를 설치하라”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편의증진법 16조 1항에 ‘휠체어·점자안내책자·보청기기 등을 비치하여 장애인 등이 당해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으나 의원회관 면회실에는 휠체어 외에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다”라고 꼬집으며, 이 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 촉 지도식 안내판·음성안내 장치 또는 기타 유도신호장치,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자문자안내판 또는 기타 전자문자안내설비 등도 설치돼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시설 이용 편의를 위한 설비들을 갖추고 장애인 접수처 책상에 호출 벨 설치, 점자안내책자, 보청기기를 비치할 것”과 “장애인 안내원과 수화통역사 배치, 면회실에 장애인 전용 접수처를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국회는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에 보장돼 있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국회에서 이동 약자들의 권리 보장이 제대로 되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박김 사무국장은 “신관 의원회관 1층에는 남녀 화장실은 있으나, 장애인 화장실은 없다”라며 “장애인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신분증 내고 명찰을 받은 후에야 건물 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렇게 정당한 편의 제공이 안 되는 국회부터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김 사무국장은 “이러한 신관은 바로 고쳐야 하는데 그러면 또 예산 문제를 이야기할 것”이라며 “그러나 처음 지을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회는 철저히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이 신관을 보면 마치 국회가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라며 “몇 년 전 국회 건물의 편의시설을 점검하고 리모델링했는데, 이 신축 건물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만도 못하다”라고 꼬집었다.
배 사무총장은 “최근 국토해양부,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를 시행하면서 턱을 없애고 시각장애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에 앞장서고 있는데 국회가 이렇게 구시대적인 건물을 만들었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고쳐 장애인을 비롯한 이동 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장차법을 만든 국회는 장애인을 차별할 수 있는 특혜를 가지고 있는 건가”라고 꼬집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라고 국회를 개방해놓고 장애인은 고려하지 않는 건물을 지어 이런 자리에서 장애인들이 장차법 운운하며 비판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라며 성토했다.
한편, 박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반영해 즉각 편의시설을 개선해야 하며, 장애편의시설을 갖춘 뒤 조속한 시일 내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아야 한다”라며 “의원회관 구관 역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기준에 적합하게 리모델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 사무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단체와 공동으로 편의시설에 대한 전면적 점검을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