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에 걸친 '균도와 세상걷기'로 발달장애인의 문제와 요구를 사회적으로 널리 알린 이진섭, 이균도 부자가 오는 7월 3일 정부를 상대로 고리 원자력발전소 탓에 일가족 3명이 암에 걸리고 자폐가 있다는 내용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세 번에 걸친 ‘균도와 세상걷기’로 발달장애인의 문제와 요구를 사회적으로 널리 알린 이진섭(48세), 이균도(자폐성장애 1급, 20세) 부자가 이번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신화에 의문을 던진다.

이균도 씨의 아버지 이진섭 씨는 오는 7월 3일 이른 11시 부산지방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정부를 상대로 고리 원자력발전소 탓에 일가족 3명이 암에 걸리고 자폐가 있다는 내용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 씨의 가족은 현재 큰아들인 이균도 씨가 자폐가 있는 것 외에도 구성원 대부분이 각종 암에 걸려 투병 중이다. 이진섭 씨는 지난 2011년 대장내 악성신생물(직장암코드)가 발견되어 그해 5월에 수술을 받았으며, 부인 박금선(46세) 씨도 갑상샘암으로 올해 2월 수술(갑상샘 양쪽 절개 임파선일부전이)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이다. 장모 김일기(73세) 씨 또한 지난 2009년에 위암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 씨의 가족들은 20년 이상 기장군 장안읍, 일광면 등 고리 원전 반경 5km에서 살았으며 현재도 고리와 가까운 기장읍에서 살고 있다. 특히 이균도 씨는 태어난 곳이 고리원전의 반경 3km 이내인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에서 태어났다.

이번 이 씨 가족의 소송은 그동안 정부에서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량은 무해하다는 입장에 맞서는 것으로, 원전 주변 거주 주민이 원전을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첫 소송이다.

따라서 소송의 결과에 따라서 정부가 강조한 핵발전의 안전성 신화가 무너질 가능성과 함께 그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시달렸던 원전 주변 주민이 정부로부터 치료와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이진섭 씨는 “이번 소송은 ‘균도와 세상걷기’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특히 나에 이어 아내까지 암에 걸리면서 고리 원전이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됐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균도의 장애도 결국 환경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소송의 배경을 전했다.

이 씨는 “또한 고리 원전 1호기 연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주민이 ‘왜 경기도에는 원전을 짓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한전 관계자가 ‘경기도는 인구가 많아서 안 된다’라고 답변한 일도 있다"라면서 "원전 인근 지역의 암발병률에 대한 통계를 집계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의문은 더욱 커졌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정부 말대로 원전이 지역 주민의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면 정부가 원전 인근 지역과 다른 지역의 암 발병률을 조사해 이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진보신당, 녹색당, 사회복지연대,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지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