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2.12.14 13:08

장애인 권리 옹호,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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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옹호 제도화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12일 늦은 2시 경기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아래 한뇌협) 주최로 열렸다.

‘장애인 권리옹호 제도화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12일 늦은 2시 경기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아래 한뇌협) 주최로 열렸다.

한뇌협은 “아동복지법과 노인복지법에 따라 아동, 노인에 대한 보호전문기관이 설치·지원되어 아동과 노인에 대한 복지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실현되고 있지만, 장애인은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시범사업으로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한 곳에 대한 지원만 이뤄지고 있다”라며 “지난 1월 경기도는 조례 제정을 통해 인권센터 등의 운영·설치로 장애인 권리옹호(Protection and Advocacy, 아래 P&A)에 대한 체계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장애인권리옹호제도 도입을 위한 뜻을 모으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주제 발제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 열린네트워크 신수현 부산지부장,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가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인권연대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 경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부회장이 참석했다.

그녀는 왜 방화를 하게 되었는가?

지적장애 3급과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던 40대 장애여성 세진 씨(가명). 세진 씨의 지적능력은 7세 수준이었다. 그녀는 평소 노숙생활을 하고 구걸하면서 지냈다. 어느 날, 그녀는 구걸하면서 받은 동전이 무거워 슈퍼에 들어갔다. 지폐로 바꾸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슈퍼 주인은 냄새나고 더럽다며 그녀를 내쫓았다. 이에 화가 난 세진 씨는 그날 밤 슈퍼에 불을 질렀다. 그녀는 화가 날 때마다 상습적으로 불을 질렀던,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방화범으로 경찰서로 연행됐다.

세진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집을 나가 노숙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미 노숙생활 20년 차였다. 그녀는 오랜 노숙생활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분노조절에 대한 훈련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노숙하면서 만난 동거남으로부터 갈취를 당하고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그녀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차별이 있었다”라며 이 사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가 개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
“경찰에 연행된 후, 그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에 따라 피의자 심문 조사 시 신뢰관계동석자 배치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 사실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고, 경찰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사실들에 대해 방어조차 할 수 없었던 거죠. 재판과정에서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소통해줄 조력인도 필요했지만 이 역시 지원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지적장애 여성이 방화범이 되도록 사회는 방치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후 이 사건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차혜령 변호사의 지원을 받아 풀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장차법에 따라 검찰의 피의자 심문 조사 시 신뢰관계 동석자 배치가 이뤄지고, 재판과정에서도 의사소통 조력인이 지원된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지적장애여성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없는 상황에서 한 진술은 인정하지 않았으며, 분노조절 등에 대한 훈련이 부재한 행위 결과에 관한 책임이 사회와 가정에 일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러한 부분이 참작되어 그녀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재판부는 그녀가 공주치료감호소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분노조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가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려고 가정에서 살게 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 박김 사무국장은 “중범인 방화범으로서는 놀라운 결과”라고 평했다. 그러나 석방 뒤 다른 문제가 일어났다.

“장애 3급이니 활동보조지원이 되지 않아 센터에 치료를 받으러 가려 해도 70세가 넘은 아버지가 그녀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이니 그녀는 결국 친구들을 만난다며 다시 노숙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그녀를 후에 서울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그녀에게 (현재 노숙의 삶 외에)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없는 사회에서 그녀의 삶에 대해 우리가 ‘그건 행복이 아니다’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요?”

재판 결과는 긍정적으로 이끌어냈으나 그녀가 사회로 돌아왔을 때, 그녀를 보호하고 재교육시킬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는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또 한 번 사회에 방치되었다. 그 안에서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노숙생활이었다. 그곳엔 그녀와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녀는 그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사회의 그물망에 얽힌 하나의 사건, 어떻게 풀 것인가?

박김 사무국장의 이야기는 그녀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갔다.

“처음 세진 씨를 만나는 과정부터가 우리에겐 너무 어려웠습니다. 장애인권리옹호를 하는 단체라고 했지만, 우리는 가족이 아니기에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권한이 없었습니다.

지적장애인 그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조사받는 과정에서 형사들이 쓰는 어려운 말을 이해할 수 없으니 조력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력 제도가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법원은 장애인에 대한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자기 스스로 권리옹호를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지원을 사회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변호사 만나는 것 또한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녀 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 아버지는 우리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세진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집을 나가 노숙 생활하면서 아버지가 그녈 다시 집으로 붙들어오고, 방화했다고 불려다니는 등의 생활을 했던 아버지는 우리가 설명한 신뢰관계동석 배치 등에 대한 법적 조치 방법을 믿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20년 동안 이런 지원을 받아본 적 없기 때문이죠. 지난 시간 동안 사회는 이러한 사람들의 삶에 아무런 관심도, 지원도 없이 방치하고 있었던 겁니다.

다행히 차혜령 변호사는 장애여성의 삶에 관심을 두며 고민하고 있었기에 법률지원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지원하고 법원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권리옹호 필요성 안엔 대리소송도 있는데, 법률가들은 장애특성, 장애정도, 장애인의 사회적 삶에 대해 충분히 알고 이에 대한 감수성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체계적 지원방법도 있어야죠. 예를 들어 부모님과 관계가 좋지 않은 장애인이 가족과 분리됐을 때, 그가 머무를 수 있는 쉼터와 사회적 프로그램과 인프라가 있어야 합니다.

즉,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활동가들이 조사하고 접근할 수 있는 권한과 사회적 인프라가 없어 현재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재는 접근조차도 쉽지 않다. 설령 접근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려고 해도 이 행위를 뒷받침해줄 만한 정당한 법적 근거, 사회적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장애인 권리옹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권리옹호제도, 무엇이 필요한가

이날 토론에 참석한 사람 모두는 장애인에 대한 P&A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으나 아직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P&A제도를 어떻게 도입하고,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까지 이르진 못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국의 아동복지법과 노인복지법, 그리고 한국보다 30년 앞서 P&A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미국P&A제도를 거울삼아 앞으로 만들어갈 P&A제도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차법이 실행된 지 4년이 지나면서 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없는 존재에서 있는 존재가 되었고 장애인 자신의 권리 의식은 높아졌으나 사회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장애인이 자기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P&A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논의해보자”라고 제안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대리소송과 관련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유형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대리 소송으로 대상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며 “그 안에서 장애인이 대상화되지 않고 권리옹호를 할 수 있는 수단과 제도 제정에 대해 초심을 놓지 않고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네트워크 신수현 부산지부장
신수현 부산지부장은 “소송권 없는 P&A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소송 제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 지부장은 “미국 P&A제도는 접근·조사 권한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라며 “출발은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의사소통 능력이나 판단, 인지능력 부족 장애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P&A기관들이 학대, 방임의 예방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대한 권리옹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신 지부장은 “장애인이 인권침해를 받을 때는 즉각 강제 조사하고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은 보장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신 지부장은 “P&A제도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보다 장차법의 권리구제에 관한 내용을 대폭 보완·강화하고 경우에 따라 법령까지 개정하는 방향이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다”라면서 “장차법 관련한 주요 개정 내용에 대해 국가로부터 공적 권한을 위임받고 그에 대한 예산을 지원받아 권리옹호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 P&A제도의 모델로 아동복지법, 노인복지법을 선례로 삼았다.

김 변호사는 “권리옹호제도의 핵심은 피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권리옹호기관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가이다”라며 “아동복지법과 노인복지법에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노인보호전문기관, 수사기관이 학대 현장에 출동할 수 있으며, 학대한 사람이 현장 조사를 거부할 경우 아동복지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노인복지법은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아동복지법에서는 기관장과 수사기관장의 동행협력의무를 특별 규정하고 있는데 만약 P&A제도가 시행된다면 이러한 동행협력의무와 법칙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이 대표는 “기존엔 장애인복지법이 모든 장애유형을 포괄한 기본법으로 이해됐으나 장애인 삶에서 문제가 되는 개별법들, 예를 들면 발달장애인법, 성년후견제 등이 나오면서 장애인복지법은 거의 소용이 없어졌다”라며 “현재 장애인에 관한 P&A제도 제정논의가 장애인계의 모든 논의를 다 포괄하고 있는데, 장차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논의 과정들에 대한 정리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최명신 부회장은 “만약 권리옹호 영역이 강화되면 지역 센터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며 “권리옹호를 어느 기관에서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연 활동가는 “미국은 지난 30년 동안 진행해오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미국이 30년 동안 만들어온 것을 한국에서 시행하기까지 앞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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