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보다는 감사함으로 무장하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4-14 18:11:45
장애가 없이 태어나는 사람들보다는 흔치 않기에 뇌병변장애 1급으로 살게 된 것도 ‘선택받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허튼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장애 때문에 온 국민의 필수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아도 뭐라 해코지 하지 않았으니까요?
혹자는 군 복무를 하지 않게 되면 ‘신의 아들’이라 불린다고 하던데 제가 그렇습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물론 저는 가고 싶었고, 지금이라도 나라에서 불러준다면 기꺼이 갈 의향이 있습니다만)
여하튼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입대하지 않아도 됨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커서는 남들보다 2-3년의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인 21살 때 제게도 영장이란 게 날아왔습니다. 물론 서류상이었지만 입대를 하라는 공문을 받았을 때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이상했습니다.
이게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군을 간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표니까요. 어쨌든 영장이 날아오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합법적으로 면제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군대는 끈기가 있는 자만이 이기는 곳이라고 합니다. 고되고 힘든 훈련과 고참의 트집에도 아랑곳하고 버텨야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완전 무장을 하고 한 여름에 산과 들을 행군해도 낙오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낙오가 고참의 눈에 발각되기라도 하면 그 사람은 나약한 놈으로 낙인찍히기 쉽습니다.
이 정도는 군필자가 아니더라도 들었던 풍월에 의해 다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장애인 여러분도 매일 완전 무장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총과 칼, 겹겹이 입은 옷으로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삽니다. 그것은 바로 ‘미안함’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정입니다.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미안함으로 완전 무장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나는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니까 행여 누군가에게 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속 깊은 생각으로 자신의 어깨에 짐을 하나 둘 더 쌓아나갑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 개인적으로는 그 짐을 내려놓고 살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저도 같은 입장이기에 마음을 십분 이해합니다. 그래서 쉬 그런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전 좀 다르게 생각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장애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떳떳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떳떳하지 못함만 생각하다 보면 장애인의 삶 전체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미안함을 들추기보다 타인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살면 어떨까요?
물론 처음부터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런 어려움에 봉착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조금씩 해 나간다면 결국은 자연스럽게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단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가 미안한 존재를 만들어 버리면 타인은 또한 자기 자신이 미안함을 증폭시키는 존재로 밖에 생각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그에게 고맙다고 한다면 그는 스스로에게 만족감과 보람을 동시에 느낄 것입니다.
장애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수많은 짬밥을 먹었습니다. 미안함의 짬밥, 불가능의 짬밥, 슬픔과 고독의 짬밥 등… .그렇게 많은 시간을 슬프고 고되게 살았다면 이제는 당당히 어깨 펴고 살 때도 되었습니다.
부디, 당신의 그 몸에 미안함보다는 감사함으로 무장한 채 살아가십시오.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가십시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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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때문에 온 국민의 필수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아도 뭐라 해코지 하지 않았으니까요?
혹자는 군 복무를 하지 않게 되면 ‘신의 아들’이라 불린다고 하던데 제가 그렇습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물론 저는 가고 싶었고, 지금이라도 나라에서 불러준다면 기꺼이 갈 의향이 있습니다만)
여하튼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입대하지 않아도 됨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커서는 남들보다 2-3년의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인 21살 때 제게도 영장이란 게 날아왔습니다. 물론 서류상이었지만 입대를 하라는 공문을 받았을 때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이상했습니다.
이게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군을 간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표니까요. 어쨌든 영장이 날아오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합법적으로 면제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군대는 끈기가 있는 자만이 이기는 곳이라고 합니다. 고되고 힘든 훈련과 고참의 트집에도 아랑곳하고 버텨야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완전 무장을 하고 한 여름에 산과 들을 행군해도 낙오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낙오가 고참의 눈에 발각되기라도 하면 그 사람은 나약한 놈으로 낙인찍히기 쉽습니다.
이 정도는 군필자가 아니더라도 들었던 풍월에 의해 다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장애인 여러분도 매일 완전 무장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총과 칼, 겹겹이 입은 옷으로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삽니다. 그것은 바로 ‘미안함’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정입니다.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미안함으로 완전 무장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나는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니까 행여 누군가에게 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속 깊은 생각으로 자신의 어깨에 짐을 하나 둘 더 쌓아나갑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 개인적으로는 그 짐을 내려놓고 살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저도 같은 입장이기에 마음을 십분 이해합니다. 그래서 쉬 그런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전 좀 다르게 생각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장애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떳떳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떳떳하지 못함만 생각하다 보면 장애인의 삶 전체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미안함을 들추기보다 타인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살면 어떨까요?
물론 처음부터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런 어려움에 봉착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조금씩 해 나간다면 결국은 자연스럽게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단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가 미안한 존재를 만들어 버리면 타인은 또한 자기 자신이 미안함을 증폭시키는 존재로 밖에 생각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그에게 고맙다고 한다면 그는 스스로에게 만족감과 보람을 동시에 느낄 것입니다.
장애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수많은 짬밥을 먹었습니다. 미안함의 짬밥, 불가능의 짬밥, 슬픔과 고독의 짬밥 등… .그렇게 많은 시간을 슬프고 고되게 살았다면 이제는 당당히 어깨 펴고 살 때도 되었습니다.
부디, 당신의 그 몸에 미안함보다는 감사함으로 무장한 채 살아가십시오.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게 살아가십시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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