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공공성 확립과 활동보조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활동보조인 한마당이 활동보조인연대(준)
주최로 21일 늦은 2시 영풍문고 앞에서 열렸다. |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니깐 이 일이 정말 완전한 직업일까 하는 회의감에 빠질 때가
많아요. 보람은 있지만 보람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진 못하는 거 같습니다. 저, 사실은 지금도 불안해요. 학생 활동보조를 하는데 원래
97시간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 어머니가 ‘학교만 데려다 달라. 오후엔 아는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학교만
지원하면 40시간도 채 안 되거든요. 담임선생님이 매우 좋으신 분이어서 그분 위해서라도 더 하고 싶었는데…. 결국 고민하다가 못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못한다고 하니 어머니가 그럼 방학 때까지만 예정된 대로 하자는 거예요. 저를 가지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가요? 언제까지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활동보조 5년 차인데 전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도
들었어요. 예전에 한 이용자 어머니가 명확한 사실에 대해 우기길래 이야기했더니 그 어머니가 ‘지금 나한테 엉기는 거예요?’ 하더라고요. 그
어머니가 저보다 2살 더 많은 분이었어요. 살다가 이런 이야긴 처음 들었습니다. 엉긴다는 말, 깡패들이 쓰는 용어 아닌가? 그때 기분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말하는 말에 말대꾸하면 안 되는데 한 거예요. 나를 무시하니깐 저런 말 쓰는 게 아닌가 싶어요.”(의정부 새움 공동체
소속 활동보조인 김 아무개)
활동보조인으로서 5년 차 일을 하는 김아무개 씨는 발언을 마치고 난 후, 주최 측에서 준비한 ‘불안불안해고불안 언제 잘릴지 몰라요’라고 적힌 종이를 시원하게 찢었다. 자리에 앉은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환호했다. 사회자는 “우린 이용자가 오지 말라고 하면 (해고되는) 파리 목숨”이라며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꼬집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공공성 확립과 활동보조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활동보조인 한마당이 활동보조인연대(준) 주최로 21일 늦은 2시 영풍문고 앞에서 열렸다.
활동보조인연대(아래 활보연대)는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노동자이며, 장애인과 함께 제도를 이끌어가는 핵심주체임에도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할 뿐 아니라,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과중한 노동으로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라며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이 이토록 열악한 이유는 정부가 사회서비스를 스스로 책임 있게 운영하는 대신 시장과 민간위탁을 통해 양적 증가만을 꾀하며 제도의 발전을 예산의 논리로만 판단하고, 서비스 수혜자와 제공자 모두를 권리를 지닌 인간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활보연대는 “정부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책임 있게 운영함으로써 장애인과 노동자 모두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며, 바우처를 통한 임금지급이 아닌 월급제 실시 등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라며 활동보조인 한마당 개최에 대해 설명했다.
![]() ▲'활보(활동보조)하다 골병들었는데, 퇴행성이라 산재 안 돼! 보험료는 왜
받나요?' |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으로 2년간 활동보조인을 하다가 현재 쉬고 있는 이종혁 씨(48)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앉지도 못해 산재 신청했더니 복지부 관계자가 전에 있던 병이 도진 거라고 산재 인정을 안 해줬다”라면서 “전에 안 아팠던 사람이 어디 있나. 부모님은 벌어놓은 거 없이 아프냐며 핀잔준다. 너무 울분이 쌓이고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활동보조인은 일하다 아파도 아무 조치가 없는데 개인 혼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면서 “활동보조인 관리는 정부가 해야 하며 함께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활동보조인 배정학 씨는 활동보조인 임금을 바우처로 지급하는 정부에 대해 ‘바우처 공화국’이라며 꼬집었다.
배 씨는 “정부가 많은 것을 바우처로 해결하고 있는데 이 나라는 바우처 공화국”이라며 “현재 국가와 지자체는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것을 시장에 떠넘김으로써 적은 예산으로 책임은 지지 않고 시장의 문제점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배 씨는 “활동보조인은 현재 노동자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시급을 바우처로 지급하니 연차수당도 받지 못하고 이용자와 연결이 안 되면 사실상 실업상태로 안정적 생활설계가 불가능하다”라면서 “국가는 이용자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추가예산을 투입해 정당한 수당을 지급하라”라고 비판했다.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이용자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활동보조를 이용하는 장애인으로서 활동보조인을 동지로 생각한다”라며 “장애인들이 지난 10년간 싸우며 여러 제도를 만들었는데 함께 싸우며 활동보조인의 권리도 확장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애린 활동가는 "마음 편하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함께 연대해 같이 가자"라고 전했다. |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애린 활동가는 “오늘은 활동가가 아니라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사람으로서 나왔다”라면서 “현재
한 달에 80시간을 받고 있는데 한 달 80시간이면 활동보조인에게는 50만 원도 안 되는 돈이어서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문 활동가는 “활동보조인도 고용주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는 사람이니 노동자이며 그 고용주는 바로 복지부”라면서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이 확보돼야 이용자의 서비스 권리도 확보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문 활동가는 “30여 명의 장애인이 한강대교를 기어가고 단식과 삭발로 어렵게 만들어낸 제도가 활동보조제도”라면서 “어렵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활동보조인이 그만두면 어떡하지, 다치면 어떡하지 불안해하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함께 연대해 함께 가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래 공연으로 ‘재능투쟁승리를 위한 프로젝트 밴드 언니네 농성장’은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일어나' 등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언니네 농성장은 공연 도중 “현재 복지부는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 바우처라고 해서 차상위계층 아동들을 찾아가 책
읽어주는 서비스를 학습지 회사랑 연계해서 하고 있다”라며 “이는 공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학습지회사 돈벌이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바우처 제도에 대해 꼬집었다.
활보연대는 △복지부의 활동보조인 직접 고용, 제도 직접 운영 △바우처 임금지급 폐지하고
월급제 시행 △활동보조인에게는 생활임금, 장애인에게는 생활시간 보장 △장애등급에 따른 서비스 이용 제한과 본인부담금 폐지 △예고 없는 연결
중단, 부당한 노동 강요, 차량 서비스 요구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동자들 고통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 △근골격계 질환 산재 인정 및 활동보조인
질병예방과 건강관리 위한 대책 수립 △활동보조인 고충 처리 위한 기구 설치 △제도 개선 위한 기구에 활동보조인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활보연대는 한 시간가량 이어진 활동보조인 한마당을 끝낸 후, 보신각 앞에서 열리는 돌봄노동자 대회에 참석했다.
![]()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
![]() ▲활동보조인 한마당에 참여한 활동보조인들이 함께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 ▲'생활임금 보장으로 동성활보 원칙 실현'
|
![]() ▲나쁜 제도 찢기 퍼포먼스를 하는 활동보조인. '바우처로 임금지급, 바우처로 수당지급'이라고 적힌 종이를
찢고 있다. |
![]()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는 안내판이 한쪽에 설치되어
있다. |
![]() ▲'재능투쟁승리를 위한 프로젝트 밴드 언니네 농성장'이 공연을 하고
있다. |
![]() ▲이날 활동보조인 한마당에 함께한 장애인 활동가들과 활동보조인들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