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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오브라이언, 여섯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목 아래는 움직이지 못한다. 오직 얼굴만을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으며 호흡기장애로 호흡기통에 의지해 살아간다.

영화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은 미국 UCLA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1999년에 49세의 나이로 숨진 마크 오브라이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는 그가 서른여덟 살이었던 1988년 미국 버클리에서 시작한다. 마크에게 어느 날 제의가 하나 들어온다. 섹스에 대한 칼럼을 써달라는 것.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마크는 섹스 테라피스트 셰릴을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 섹스 테라피스트란 사랑하는 연인과의 성관계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으로 소개된다.)

셰릴과의 만남을 통해 마크는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을 느끼고 평생 처음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 아닌 타인의 몸을 보게 되며, 자신의 살갗과 타인의 살갗이 만나 체온을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성기결합을 통한 오르가슴을 느낀다.

침대 위, 그전까지 호흡기통에 가려져 있던 마크의 몸이 전라로 드러난다. 침대 위에 누운 마크는 자기 앞에서 옷을 벗고 있는 셰릴에게 말한다.

“내가 옷을 벗고 있을 때면 내 앞에 누군가는 늘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같이 벗고 있으니 이상해요.”

섹스 테라피는 총 6세션으로 진행되며, 자기 몸의 감각을 느끼는 초기 단계부터 성기결합과 오르가슴을 느끼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크는 셰릴에게 사랑을 느낀다.

마크는 자신의 곁에 누운 셰릴에게 묻는다.

“서로 끌리면 어떤 일이 생기죠? 어떤 교감이 생겨요?”
“시를 쓰고 섹스를 하죠.”


영화를 소개하는 홍보문구는 ‘신부님… 하고 싶은 것도 죄가 되나요?’이다. 언론에서 또한 영화 ‘세션 :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을 소개하며 장애인의 성, 정확히는 섹스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홍보로 남성의 성욕구와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섹스 테라피라는 다소 자극적 도구를 꺼내 든다. 그러나 영화는 성(sex)만을 분리해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그 주변의 ‘관계’다.

영화에서 마크는 세 명의 여성과 만나고 헤어진다. 셰릴을 만나기 전 자신의 도우미(활동보조인)였던 여성, 그리고 셰릴, 셰릴과의 헤어짐 후 만나게 되는 여성. 영화는 사회에서 제한적 관계만을 맺어왔던 중증장애인이 어떻게 로맨틱한 관계를 맺으며 관계의 성장을 이루는지, 그 안에서 섹스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영화에서 섹스와 사랑은 함께 작동한다. 마크는 셰릴을 통해 섹스 행위의 ‘의미’를 깨닫고 사랑을 알아간다. 셰릴과 헤어진 후에도 사랑은 다시 찾아오고 마크는 다른 여성과 사랑한다. 새로운 사랑은 그전의 사랑과 또 다른 형식의 관계맺음으로 이루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살갗을 맞대며 이불 안에서 은밀하게 자기 삶의 서사를 나누는 것, 이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채워지는 것은 무엇인가. 마크는 셰릴의 이야기를 듣고 셰릴은 마크의 삶에 대해 묻는다. 섹스를 통해 엮어지는 것은 단지 육체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이다.

그러나 이러한 로맨틱한 관계는 오늘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중증장애인에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성욕의 해소를 통해 채워지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그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섹스에 관한 논쟁 대부분이 남성 중심적인 상황에서 이 영화 또한 장애남성의 이성애적 성과 사랑을 다뤘다는 부분에 아쉬움은 있으나, ‘장애인이 사랑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물음을 품고 보면 더 많은 이야기가 보일 것이다. 영화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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