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
청와대가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했다가 이를 백지화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의 이번 사퇴 압력으로 이명박 정부 때부터 독립성 훼손으로 질타를 받았던 현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가 앞으로 더욱 정부의 인권침해에 침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진선미 의원실로부터 받아 1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현 위원장은 지난 3월 중순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전화로 사퇴를 요구받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3월 26일 이른 10시께 세 번째 전화에서 현 위원장에게 다음 주쯤 내정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통보했고, 현 위원장도 내정자의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만 위원장으로 있는 것으로 정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 위원장은 10시 30분께 인권위 고위직 관계자들을 불러 ‘인권위는 독립기관인데 이럴 수가 있느냐, 난 이렇게 물러날 수 없다’라며 의견을 묻기도 했고, 같은 날 늦은 4시께에는 다시 고위직 관계자를 불러 ‘내가 사표 내는 것으로 했다. 그렇게 결정했으니 아무 말 말라’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의 사퇴는 다시 청와대에서 온 전화로 백지화됐다. 현 위원장은 3월 28일 이른 11시께 상임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그 자리에서 청와대에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전화가 청와대 비서실에서 온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사퇴 압력이 알려진 직후 공동행동은 논평을 내고 “‘인권위는 독립기관인데 이런 식으로 전화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는 말이 무자격자 현병철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긴 하지만, 청와대의 압력이 인권위를 길들이려는 명백한 사실임을 알게 해준다”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2013년 새 정부가 들어서자 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기보다는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퇴압력을 가하니 현병철은 더욱 인권침해에 침묵하며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그 예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으로 환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위험에 처했지만 인권위가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서 기각한 날짜가 4월 4일이었다는 점, 서울 중구청이 대한문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철거했지만 인권위가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어 공동행동은 “최소한 인권위의 독립성을 원한다면 현병철은 즉각 사퇴하라”라면서 “또한 청와대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인권위를 길들이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한편, 14일 한국일보 보도 등을 보면 검찰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 등으로 고발된 현 위원장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 위원장은 지난해 7월 16일 인권위원장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논문 표절 및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등에 허위 진술하고 탈북자 2만여 명의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를 불법 획득해 편지를 발송한 혐의로 박지원 의원 등 13명으로부터 공무집행방해 및 개인정보보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