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2.03.12 16:22

다시보기] '소통' 그 멀고 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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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들판 길을 한 대의 차가 달리고 있다. 그 위로 누군가가 나누는 대화가 자막으로만 들려온다.

 

모르테자 파르샤바프 감독의 영화 '소리 없는 여행'에는 농아인 부부가 등장해 새로운 영화적 미학을 만들어낸다.

 

모르테자 파르샤바프는 자동차 여행을 롱테이크(오래 찍기)로 담아내면서 캄란과 샤라레 부부가 수화로 나누는 대화를 자막으로 전달하며 서사를 이끌어간다.

 

나히드와 마수드는 심하게 부부 싸움을 하고 아들 아르샤를 두고 테헤란으로 떠난다. 캄란과 샤라레 부부는 조카 아르샤를 동생 부부에게 데려다 주기 위해 테헤란으로 떠나지만, 동생 부부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아르샤에게 숨기며 여행을 계속한다.

 

다른 한편으로 두 사람은 앞으로 아르샤를 맡아서 키울지를 두고 끊임없이 다투기 시작한다.  

 

장애인으로서 아이들 기른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샤라레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었던 과거의 아픔을 상기시키고, 비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겪을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 캄란은 아르샤를 키울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며 샤라레를 설득해보지만, 두 사람의 다툼은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소란 속에서도 아르샤는 말없이 그저 음악을 듣거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캄란과 샤라레 부부는 아르샤가 수화를 모를 것으로 생각하고 모든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나누지만, 아르샤는 그들이 나누는 수화를 읽으며 부모의 죽음과 자신의 거처를 두고 오가는 상황을 말없이 지켜만 봐야 한다. 

 

이모부와 이모에게 자신이 모든 상황을 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저 아르샤는 큰 나무가 보이면 하염없이 달리는 차를 멈춰 세우고 오줌을 누기만 한다. 그러나 시종일관 소년의 무표정함을 담던 카메라는 후반에 이르러 소년이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니라 나무 아래서 홀로 흐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뉴커런츠 상을 받은 영화 '소리 없는 여행'은 섣불리 이들의 만남을 희망으로 귀결시키지 않는다.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소통하기까지는 이들의 여행만큼이나 멀고 험난하다. 멈춰버린 차를 수리하기 위해 여행을 잠시 멈추는 세 사람. 다시 차를 고쳐 다시 길을 떠나는 것처럼 이들은 그렇게 서로 어긋난 감정들을 조금씩 맞춰가며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나간다.

 

▲영화 '소리 없는 여행'의 한 장면.

 

▲영화 '소리 없는 여행' 한 장면.



김가영 기자 chara@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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