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부모회 행사장에서 부산가톨릭대학교 은사님들과 우리 가족. |
발달장애인 내 아들 균도와 세상걷기 시즌3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글을 적으려고 며칠 동안 생각을 하다 19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지난 5월 21일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때에도 발달장애인법 초안이 나오지 않았다길래 협조만 요청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복지부 발달장애인 담당 과장의 격려를 뒤로하고 이제 또 큰 산을 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과잉행동 장애가 있는 균도와 함께 걷는 세상이야기는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다들 이해는 하고 있겠지만 균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다. 울기 시작하면 하루종일 울고, 칭얼대는구나 생각하면 온종일 칭얼거린다. 물론 혼자 뒤처리가 힘이 들어 용변을 보는 순간 그 옆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만 누구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의 아들이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우리 발달장애인은 힘이 든다.
자기결정권이 있지만 과연 그 결정권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감에서 이 세상걷기는 시작되었다. 모든 것을 균도에게 선택권을 주고 시작한 여행이지만, 선택이 언제나 얌전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즐기면 아무것도 아니다. 즐겁다.
그러나 어제 발달장애인법이 19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등록한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허하다. 그 이야기마저 나는 집에서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최소한 누가 귀띔이라도 한 번 해주었다면 이렇게 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법안 과연 기초법상의 부양의무제 폐지를 고민하면서 준비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집으로 내려오고 나서 며칠간 바빴다. 인사도 다녀야 했고, 내가 맡은 곳의 이것저것을 챙겨보기도 했고, 강의가 밀려 원고도 써야 했고, 10여 차례의 인터뷰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지켜보기로 한다. 기왕 상정된 법안 말뿐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법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가 하더라도 제대로 만들기를 빈다.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많은 사람의 관심으로 균도와 세상걷기 시즌3가 막을 내린다. 부산 환영회에서 균도와 나는 감사패를 받았다. 많은 분이 균도와 세상걷기를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힘을 받고 더욱 우리를 지켜보리라 다짐을 받는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만큼 다른 일을 시작한다. 균도의 고향인 고리원전 주변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을 하려 한다. 균도의 발달장애인 문제, 그리고 나와 균도 엄마의 신병(직장암, 갑상샘암)과 원전 문제와의 역학관계를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그 안의 문제는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사회 이슈로 이끄는 데 있다. 장애인 가족의 스트레스 지수를 국가 소송으로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이끌어내고 싶다. 그리고 원전 환경이 우리에게 미치는 지수를 국가가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보고 싶다.
이제 서류는 다 준비했고 다음 주부터 이 이야기를 사회에 알리고 싶다. 균도 엄마는 우려하고 있지만, 나는 충분히 균도와 우리 가족을 통해 한 번쯤은 이야기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우리는 잃어버릴 게 없다. 그만큼 소외당하고 살아왔다. 약자의 삶을 경험하고 살지만 우리도 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알리는 계기로 삼고 싶다. 기초법상 부양의무제 폐지는 약자 사회참여의 기본 구성요소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싶다.
다음 세상걷기는 부산 기장에서 14번 국도를 통해 강원도 강릉을 거쳐 서울까지 가는, 최장의 거리로써 대한민국을 한 바퀴 걷는 일을 완성하고 싶다. 이것이 끝나면 균도와 나는 우리나라를 안 누빈 곳이 없다.
우리를 지켜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다음 세상걷기의 주제는 무조건 기초법상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입니다!!!!
![]() ▲균도와 엄마 |
![]() ▲감사패를 전달받고 균도와 세상걷기를 설명한다. |
![]()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를 알린 부산일보에 나온 사진 |
![]() ▲세상걷기 마지막 날 종로에서 연등제에서… |
![]() ▲균도가 중학교 1학년 때 모습. |
이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