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420공투단은 14일 이른 11시 수원 경기도청 앞에서 '두 바퀴로 가는 휠체어 세상, 함께 가는 길' 출정식을 열었다. |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경기420공투단)은 지난 5월 14일 이른 11시 ‘두 바퀴로 가는 휠체어 세상, 함께 가는 길’ 도보 순회투쟁 출정식을 열고 경기남부 지역인 군포, 안산, 광명, 김포, 평택, 오산, 수원의 7개 지역 순회 투쟁에 돌입했다.
경기420공투단의 이번 순회투쟁 주요 요구안은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와 활동보조서비스 시간 확대에 있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수원 등 7개 지역의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는 총 151대인데, 이들 시·군이 보유한 장애인콜택시는 불과 33대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법에 정해진 대수의 22%다.
활동보조서비스 시간 또한 시·군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곳은 오산, 평택, 수원 등 3곳뿐이었으며 이마저 10~30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애초 열흘가량으로 순회 일정을 잡았으나, 방문하는 지자체마다 예산 문제에 발목이 잡혀 협상이 결렬되었다가 속개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17일 만에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순회투쟁을 통해 각 지자체와 합의한 주요 내용은 일반버스의 100% 저상화, 특별교통수단의 법정대수 2013년까지 100% 확보, 활동보조서비스의 지자체 추가시간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117시간 확보 등이다.
경기420공투단이 방문한 모든 지자체에서 공통으로 대답한 말은 ‘하고는 싶으나,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선 시장의 선출로 우리가 부분적이나마 긍정적인 대안을 내오리라 판단했던 단체장의 모습마저도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은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관료조직의 특징이 잘 바뀌지 않을뿐더러 경직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과거 경직된 관료가 현재까지 행정의 중간 관리자로 앉아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공무원이나 지자체 관련 정치인의 태도이다. 아예 인권 의식의 기본도 되어 있지 않거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되지도 않는 사고를 하는 관료집단이 태반이었다. 정말 무어라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또 하나 유치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동현장인 단위사업장에서 노·노 간의 갈등을 유도하기 위해 자본가가 흔히 쓰는 분열책이 있다. 이번 순례에서도 당사자와의 갈등을 유도하는 분열책이 있었다. 가장 약한 사람에게 다가가 ‘너만은 해줄게’라는 식으로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장애인단체 사람들을 불러들여 경기420공투단의 대표성을 부정하려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치졸한 행태에 대해 현명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대처했다.
수원시청에서는 장애인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기도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는 장애인만 출입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인권침해였고, 경기420공투단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로 진정을 접수했다. 이처럼 자의적으로 외형상 보이는 장애에 따라 출입을 허용하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며, 부분 출입을 허용한 계단이 있는 쪽문으로 일부 장애인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차별행위를 부끄럽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시청 공무원들도 있었다.
5월 29일 우리는 기쁨보다는 더 많은 숙제를 안고 수원시 청사를 나왔다. 7개 지역 17일차 투쟁을 통해 그토록 생존권이며 기본권이라고 외쳤던 장애인 이동권, 활동보조에 대해 '예산' 운운하는 공무원들의 입장을 매번 반복해서 들어야 했던 지난한 시간 속에 우리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더욱 강하고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파업의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한 발만 뒤로 가면 깊은 낭떠러지에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가열차게 투쟁을 전개한다. 바로 자신의 생존권이 한 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한 발의 투쟁정신으로 우리는 반드시 재무장해야 한다고 본다.
어느 법이든 ‘인간을 차별해도 된다’라고 명시하지 않는다. 인간은 평등하며, 이동의 자유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차별이 가능하며 이동의 자유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부분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고 하는 인권은 예산의 논리로 합의될 수 없고, 형평성의 원리를 적용받지 않는다. 법이 명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법 위에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인권이 있기에 우리는 양보하고 타협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올해는 예산이 안 되니 다음 연도에는 꼭 하도록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라는 사탕발림을 더는 참고 인내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인권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깨는 한 걸음’이 필요한 이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