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지난 5월 22일 법원이 광주시 등의 이송 신청을 받아들여 소송의 장소를 서울지방법원이 아닌 광주지방법원으로 바꿨다.
이에 광주인화학교사건해결과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위한도가니대책위(아래 도가니대책위)는 5일 이른 11시 30분 서울지방법원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판이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2005년부터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음에도 국가와 지자체, 교육청, 경찰청 등의 늦장 대응과 초동수사 미흡, 미온적 대처로 입은 2차 피해를 당한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 8명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3월 20일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가니소송지원변호인단 이명숙 변호사는 “재판에 대한 준비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갑자기 법원이 재판의 신속성 등을 이유로 이송결정을 내렸다”라면서 “이 소송은 주 원고가 국가이며 제도 자체에 대한 소송이므로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송결정의 취지와 달리 광주의 새 재판부가 재판을 위한 자료를 파악하고 결정하고 이송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오히려 재판의 신속성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에 도가니대책위에서는 광주로 소송의 장소를 바꾸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이송결정에 대해 재항고를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광주 인화학교 서만길 동문회장은 “광주지방법원에서 도가니 사건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리고 다시 인화학교 교사로 복귀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했다”라면서 “따라서 가해자들과 그 연고자들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광주가 아니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서울에서 재판을 진행해 판결을 내려달라”라고 밝혔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황지성 소장은 “현재 광주에서 청각장애학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목격한 또 다른 학생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데 수화통역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법원에 이의제기를 해놓았다”라면서 “또한 가해자 측에서는 피해 여학생에게 법원에 직접 나와 증언하고 변호사에 의한 반대심문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도 이른 10시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광주 이송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김용목 공동대표는 기자회견 뒤 전화통화에서 "2008년 광주지방법원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형사재판 과정에서 학벌, 인맥, 눈치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른바 도가니 검사, 도가니 판사, 도가니 경찰의 '침묵의 카르텔'이 분명히 존재했다"라면서 "이것이 도가니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걸림돌로 작용했으며, 당사자들은 여전히 이를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그러므로 법률적으로는 광주지방법원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도의적으로는 재판을 맡아서는 안 되며 그럴 자격이 없다고 본다"라면서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이 이해관계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서울에서 재판을 받기를 원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광주시 등 피고의 견해를 받아들여 광주 이송을 결정한 것은 그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공동대표는 "광주지방법원은 도가니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원하는 국민의 기대와 어긋나는 판결을 또 다시 내린다면 과연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도가니대책위, 도가니소송변호인단 모두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면 다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